약 1달 전인 8월 말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직후에 글을 바로 올리려고 했는데 까먹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다. 나는 2017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을 하기까지는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유예도 하느라 꼬박 6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 인생 전체의 관점으로 봐도 1/4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또한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대학교 1학년의 12월이었으니, 사실상 이 블로그도 나의 대학생활과 온전히 함께해왔다고 볼 수 있다. 졸업식 날에 학위증을 받고 가운을 입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캠퍼스 곳곳에서 6년이 넘는 시간동안 돌아다녔던 추억들을 떠올려보았다. 공대생이라고 해서 공대 건물에만 처박혀 있기 싫어서 교양과목 이것저것을 들으며 여러 건물..
'모노노케 히메'는 어렸을 때 얼핏 봤던 기억이 나지만 또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생각이 나서 이번 기회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원작기준) 무려 1997년에 개봉한, 나랑 동갑인 영화이다. 개봉한지 2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 역시도 이번에 이 영화를 보고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모노노케 히메'의 전체 줄거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원한과 증오'이다. '산'과 재앙신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증오하고, 에보시와 마을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들개를 증오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증오가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갈수록 희생자만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
최근에 회사 이직을 준비하면서 몇 군데의 면접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사실상 회사 면접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유튜브나 검색을 통해서 '개발자 면접'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했다. 찾아보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의 하나는 바로 면접에 임하는 마음가짐, 태도에 관한 얘기였다. 면접을 볼 때 기본적으로는 겸손한 태도를 가지되,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 문장에 꽂혀서 수십번을 계속 되뇌이며 생각해보았다. 과연 '겸손'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유독 '겸손의 미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예전부터 내려오던 유교 사회의 기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안 본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기억도 나지 않으니 최소 1년은 훌쩍 넘었으리라 예상된다. 분명 예전에는 영화 감상이 제 1취미였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영화를 보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가장 단순한 원인은 영화를 보는 일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재미없어진 걸까, 아니면 내가 깐깐해진 걸까? 내가 진단해보자면, '영화가 재미 없어졌다'의 비중이 더 높은 것 같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제각기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는 세상 근심 다 잊어버리고 웃고 싶어서이거나,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이 출연해서일 수도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각기 다른 100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정답은 없다. 나에게 영화를 보는..
내가 갖고 있는 나름의 인생 원칙 중 하나는 '앞에서도 못할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 이다. 그래서 남 뒷담화 하는 행위를 몹시 싫어한다. 누군가가 날 뒷담화 하는 건 상관없지만(전혀 개의치 않음), 내가 다른 사람의 뒷담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다보면, 공공의 적에 해당되는 특정 인물이 언급되고 이 사람을 까는 방향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나는 이런 행위가 상당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남을 열심히 까고 싶으면 상대방 앞에서도 말할 자신이 있을까? 물어보고 싶다. 대부분은 아마 못할 것이다. 앞에서 못할 말은 애초에 꺼내지도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 시절에 PX에서 많이 사먹은 냉동식품 중에서 '황금밥알'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단순한 계란 볶음밥으로 나온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금방 매진되곤 했다. 최근에 마트에서 냉동식품을 구경하다가 이 황금밥알이 눈에 띄어서 옛날 생각도 나는 김에 한번 사가지고 와서 먹어보았다. 솔직히 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다고 할 순 있지만,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군대에서 먹던 느낌과는 2% 부족했다. 나는 그 2%의 정체를 '욕망의 대체성'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군대서는 외부 음식의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보니, 선택의 자유도 없이 무조건 매번 먹던 음식만 먹어야 한다. 그러다가 음식이 정말 질리는 날이면 PX에 가서 냉동식품 이것저것을 사먹곤 했다. ..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먹은 아이스크림,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꼽자면 단연 빙그레의 '더위사냥' 이다. 얼마나 좋아하나면, 내가 6~7살먹은 꼬꼬마 시절에 여름,겨울 가릴 것 없이 한달에 대략 28일 정도는 더위사냥을 사먹을 정도였다. 그 어린시절부터 달달한 커피맛에 길들여져서인지 20대 중반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는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만 서면 무의식적으로 더위사냥이 있는지부터 찾는다. 그 시절에는 더위사냥이 700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1+1으로 1800원이나 호가하는 고급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크기마저 너무 줄어들어 버렸다. 내 몸이 커지고 손도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더위사냥이 더 작아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더위사냥은 확실히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