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에 PX에서 많이 사먹은 냉동식품 중에서 '황금밥알'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단순한 계란 볶음밥으로 나온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금방 매진되곤 했다. 최근에 마트에서 냉동식품을 구경하다가 이 황금밥알이 눈에 띄어서 옛날 생각도 나는 김에 한번 사가지고 와서 먹어보았다. 솔직히 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다고 할 순 있지만,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군대에서 먹던 느낌과는 2% 부족했다. 나는 그 2%의 정체를 '욕망의 대체성'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군대서는 외부 음식의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보니, 선택의 자유도 없이 무조건 매번 먹던 음식만 먹어야 한다. 그러다가 음식이 정말 질리는 날이면 PX에 가서 냉동식품 이것저것을 사먹곤 했다. ..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먹은 아이스크림,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꼽자면 단연 빙그레의 '더위사냥' 이다. 얼마나 좋아하나면, 내가 6~7살먹은 꼬꼬마 시절에 여름,겨울 가릴 것 없이 한달에 대략 28일 정도는 더위사냥을 사먹을 정도였다. 그 어린시절부터 달달한 커피맛에 길들여져서인지 20대 중반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는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만 서면 무의식적으로 더위사냥이 있는지부터 찾는다. 그 시절에는 더위사냥이 700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1+1으로 1800원이나 호가하는 고급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크기마저 너무 줄어들어 버렸다. 내 몸이 커지고 손도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더위사냥이 더 작아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더위사냥은 확실히 작아졌다..
지난 주에 4박 5일로 친구들과 보라카이(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많고 많은 여행지 중에서 보라카이를 고른 이유는 그냥 '쉬고 싶어서'였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 가서 관광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진 빠지는 여행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다녀온 후기는 '한 번쯤은 가볼만 한 곳'이라 생각한다. 섬 자체의 크기는 작지만, 환경 보존이 꽤나 잘 되어있고 이 때문인지 바닷물이 정말 맑아서 나처럼 물 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는데, 패러세일링은 꼭 해보길 바란다. 보라카이 여행하는 동안에 최고의 경험이었다. 보라카이 물가도 한국의 거의 절반수준으로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음식도 이것저것 찾아먹는 재미가 있었다(맛있는 식당이 많았다). 단점을 꼽자면 일..
회사에서 퇴사한 지 한달 남짓 지났다. 현재 나는 백수로 지내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않고 놀고 먹는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나름대로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백수는 백수다. 사실 아직 대학교 졸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수라기보다는 돌아온 취준생이라고 칭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겠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졸업하면 반드시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인생 전체로 보자면 지금 몇 달 쉬면서 공부하는 생활이 그리 큰 손실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더 지나서 쉬고 싶을 때도 쉬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지금의 이 시기는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자기합리화를 펼치고 있다.
나 같이 잠 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괴로울 때가 있다. 잠은 자려고 눈은 감고 있지만 도저히 잠은 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그냥 더 졸릴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치만 가끔 눕자마자 1분 안에 잠이 드는 행복한 경우도 있는데, 나는 이런 상황을 '잠에 빨려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잠이 들면 왠지 더 깊은 잠에 빠진 것 같고, 다음 날 일어났을 때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내가 평소에 늦은 시간에 잠에 드는 이유도 최대한 잠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유사한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가끔 그 맥락은 이해될 때가 있다. 살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 부류의 사람도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 그 사람을 싫어하면 자연스레 뒷담화를 하는 분위기로 발전된다. 나는 아무리 누군가를 싫어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욕하면서 수군대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뒷담화에 끼지는 않고, 대신에 최대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 중의 하나는 '왜 그 사람은 그렇게 되었을까'이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대부분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본성이 악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사람 자체를 미워하기보다는..
'결국 남는 건 사진 뿐이다' 여행을 가든 중요한 순간이든 이 말에 익숙해진 우리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쁘다. 사진으로 남겨진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나고서 다시 봤을 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사진찍기는 늘 우리의 습관처럽 굳어져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진으로 남기면 된다는 안도감이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데 방해를 끼친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고 한들,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직접 만끽하는 것만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그 순간이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는 다시 경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에 의존하지 말고 ..
어제 1년 남짓 다녔던 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사람들이랑 작별인사하고 나왔다. 오묘한 기분이다. 전역하던 날이랑 기분이 비슷하다. 내가 저 사람들과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희박하다. 사실상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하고 나왔다. 내가 늘 중요시 여기는 일은, 누군가와의 마지막 인사는 도장을 꾸욱 찍고 나와야 한다. 2020.06.21 - [일기] - 250. 마지막을 대하는 태도 다음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무튼간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몇 달 뒤에는 유예했던 졸업을 해야한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졸업을 신청해야 할까...?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게 너무 많다. 아직 나에게 시간은 많지만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난다. 빨리 회사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무 회사나 들어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