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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72. 요즘 영화

4-so 2023. 9. 14. 03:30

영화관에서 영화를 안 본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기억도 나지 않으니 최소 1년은 훌쩍 넘었으리라 예상된다. 분명 예전에는 영화 감상이 제 1취미였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영화를 보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가장 단순한 원인은 영화를 보는 일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재미없어진 걸까, 아니면 내가 깐깐해진 걸까? 내가 진단해보자면, '영화가 재미 없어졌다'의 비중이 더 높은 것 같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제각기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는 세상 근심 다 잊어버리고 웃고 싶어서이거나,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이 출연해서일 수도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각기 다른 100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정답은 없다.

나에게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면 (영화 속)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를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해보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2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겪게 되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지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삶과 결부시켜서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영화들은 이러한 '관객이 고민할만한 여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듯한 인상이 들었다. 몇년새 각종 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전보다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컨텐츠의 공급이 과잉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결국 자연에서의 '적자생존'처럼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생각과 고민을 요구하는 '어려운 영화'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그 자리를 '쉬운 영화'가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같은 이상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영화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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