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
나는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면 부담스럽다. 나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내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벽을 세운다. 나만 유독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삐죽 솟아있다. 조금 천천히 다가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조금씩 스며드는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메세지를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술을 좀 마셨다. 이렇게 많이 마신 적은 군 입대하기 전쯤인 2년 전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염병이 2년동안 창궐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아무튼 술도 마시고 재밌는 사람들이랑 같이 떠드니 기분은 좋다. 그래, 코로나가 없었을 땐 이런 기억도 있었지, 하고 상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좀 특이한 종자라고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큰 사고 없이 버텨온 게 신기할 정도다. 나는 좀 이상하다.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원칙과 이론을 확립해두고서, 그 안에서만 산다. 하지만 세상은 나보고 평범한 사람 중 하나가 되도록 종용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