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 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길을 걸다가 아는 사람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면 그 순간 나는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인사할까? 말까?'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1초에 100만번 정도 하게된다. 인사를 하자니 혹시나 상대가 나를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빠지고, 인사를 안 하자니 상대는 나를 알아봤는데 내가 무시했다는 서운함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은 하염없이 상대가 먼저 내게 인사를 건내기를 기대할 뿐이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인사를 건내는 것은 매우 드물다. 분명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분명 상대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내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인사하기를 떠넘긴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결국 지나쳐 버..
자정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슬슬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실제로 내가 쓴 글 대부분은 자정 이후에 쓴 글들이다. 새벽이 되면 삭막하고 건조하기만한 공대생인 나에게도 약간의 문과 감성이 반짝이는 시간이다. 이런 감수성을 헛되이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 그냥 잠들어버리면 다음날 새벽까지 그만한 감수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감수성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매일 새벽,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들을 끄적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머릿속의 상념들과 씨름하다가 좋은 영감이 딱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때면 재빨리 블로그를 켜서 방금 떠오른 생각을 옮겨적는다. 하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옮겨적기는 했다만 어딘가 부족하고 빼먹은 기분이 든다. 사실 기억이 안 나서 그렇다기보다는, 아직 나의 필력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