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카이 의사에 관해 또 한 가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다. 무슨 얘기 끝에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는 언젠가 나에게 여자 전반에 대한 한 가지 견해를 밝혔다. 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이 도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어떤 거짓말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모든 여자는 어느 시점에 반드시, 그것도 중요한 일로 거짓말을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로도 물론 거짓말을 하지만 그건 제쳐두고, 아무튼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대부분의 여자들은 얼굴빛 하나, 목소리 하나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 몸의 독립기관이 제멋대로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
언제나 그렇듯 한 학기는 끝나고 종강은 다시 찾아왔다. 이번 학기는 다행히 9시 수업은 없었지만 5일 중에서 4일이 10시 30분 수업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날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사실 이 아침 수업도 없애고 오후 수업으로 대체할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다가는 너무 늦게 일어나 나태해질 것 같아서 수강신청 당시의 나의 아침 잠을 저당잡아서 일부러 아침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학기 중에는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잘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난 두 학기의 21학점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18학점을 들어서 조금 널널할 줄 알았는데 그 기대는 '엄청난 과목'하나 때문에 빗나가고 말았다. 형식상으로는 3학점이지만, 체감상으로는 6학점은 족히 되는 그 과목때문에 멘탈이 썰리는 줄 알았다(다행히 지금은 잘 복구했다)...
과제가 많아질수록 느는 것이라곤, 시간은 적게 투자하면서 겉보기엔 많이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뿐...
오늘로 내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첫 글을 쓴지도 꼭 1년이 되었다. 일기는 120개가 넘었고 비공개글과 다른 잡다한 글까지 합치니 약 200개의 글을 올렸다. 개설 당시만 하더라도 작심삼일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이내 쓸데없는 걱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글 쓰는데에 흥미를 느꼈고 그래서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억지로 글을 쓰는 일은 없었다.글 하나를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서 3주 넘게 쓴 글부터, 아무 고민없이 10초 만에 쓴 글까지 다양하지만 모든 글의 공통점은 당시의 내가 품고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서 표면화, 문서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글에는 귀천을 구분할 수 없는 모두 소중한 글들이다. 가끔 나의 글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면 마치 내가 낳은 자식같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