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교에서 글쓰기 과제가 나왔다. 지금껏 갈고 닦은 글쓰기 실력을 마음껏 뽐낼 시간이다.
"넌 이제 잠을 자는 것이 좋겠어" 하고 까마귀 소년이 말한다."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거야."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하,p.457, '해변의 카프카'의 마지막 문장) 벌써 3번째 하루키 소설이다. 내가 하루키의 소설만 읽는 것은 아니고 지난 번의 썼던 '다자키 쓰쿠루~' 와 이번에 쓸 '해변의 카프카' 사이에 다른 작가의 소설 2편은 더 읽었는데, 읽고 나서 딱히 감상 글을 써야겠다는 필요성이 들지 않아서였다. 그에 반해서 이 작품을 포함해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 3편은 읽는동안, 그리고 다 읽은 직후에 드는 생각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와 '감상 글을 적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
마지막으로 수능을 본 지 2년이 지났고, 나 같은 경우는 2번이나 보았음에도 매년 치뤄지는 수능 날이면 이유 모를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나도 이제는 수능을 아래서 올려다 보는 입장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이라는 연례 행사는 마음을 엄숙하게 만든다. 분명 학생 때만 하더라도 수능이 곧 인생의 전부이고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 예측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는 지금대로의 고난에 허우적대고 있다. 이는 마치 몇 겹의 알의 부화의 과정과 같아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알을 깨고 나오면서 점점 넓은 세상을 마주해나가는게 아닐까. 본인이 놓여진 세상의 넓어짐을 인정하고, 또 그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성취를 이뤄가면서 알을 깨고 나가면서 성체로 자라나는 과정을..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데 저마다 '준거'를 가지고 있다. '준거'란 사전적 의미로 '사물의 정도나 성격을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 준거에 빗대어 여러가지 사람,사물,현상을 판단하고 '당연함'과 '당연치 않음'을 분류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준거가 다르다. 따라서 나에겐 당연함 일지라도, 상대에겐 당연치 않음 일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서로의 당연함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표면에만 비친 당연함과 당연치 않음에 분노하고 서로를 비정상이라고 치부하는 일이다. 현명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문제의 원인에 해당하는 준거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당연함은 그저 준거의 결과이자, 준거에 비쳐진 투영물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만 가지고 상대..
나는 매달 일정 금액만큼 용돈을 받는다. 사실 용돈이 그렇게 짜지는 않기 때문에 정말 흥청망청 쓰지 않는 이상, 매달 말이면 이론상으로는 잔액이 어느정도 여유있게 남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일뿐이다. 실제로 나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매달 잔액은 항상 비슷한 금액(3만원 안팎)으로 수렴한다. 나는 이를 잔액 보존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싶다. 돈의 여유가 있으면 과소비를 저질러서 써버리고, 부족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서 절약하는 원리이다. 분명 열흘 전까지만 해도 잔액이 아주 널널하게 남아서 저축할 계획이었는데, 옷을 사는 바람에 다시 '그 금액'으로 수렴해버렸다. 이제부터 잔액 보존의 법칙을 거스르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