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하루키의 작품이다. '상실의 시대'를 워낙 인상깊게 읽었고, 동시에 하루키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마찬가지로 책의 선정 기준은 딱히 없었다. 유독 제목이 길어서 눈에 띄어 더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일단 사람에게서 '색채가 없다'라는 표현도 신박했고, 그가 순례를 떠났다고 하니 아무 근거없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을 했다. 책을 다 읽고나서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 작품도 역시 재미있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상실의 시대'와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하루키의 생생한 묘사와 스토리는 그대로였다.과거에 '나'(다자키 쓰쿠루)가 친하게 지내던 그룹에서 추방당했는데, 당시의 '나'는 아무런 이유도 전해듣지 못..
팀프(조별과제)가 끝이 났다. 이제는 사회 생활이라는 미명하에 가짜 웃음, 쿨한 척, 분노 삭히기도 끝이다. 조원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각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학점에 목마른 정도가 다르니 어쩔수 없는 갈등의 골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조급한 사람(하필 그 사람이 '나'다)이 가장 고생할 수 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마치 파일을 삭제하듯이 단번에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속상한 일들은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카톡 친구목록에서 '숨김'처리 하면 자연스럽게 흐릿해지리라. 내 마음속에도 이런 일시적인 인간관계만 담는 '일회용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기 소명을 다하면 그냥 버릴 수 있게 말이다. 일반 용기에는 내게 꼭 소중한 것만 담을 수 있도록.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설책 한 권을 완독했다. 대략 420페이지 정도로 꽤나 긴 분량이었지만, 소설이 워낙 재미있고 쉽게 술술 읽혀서 지루하다는 기분은 못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약 40분간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중에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이 가장 유명한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왜 하루키가 유명한 작가인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번역을 거치긴 했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 감정들을 뛰어나게 표현한다. 그것도 아주 어렵고 현학적인 수식이 아닌, 누구라도 쉽게 와닿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