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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130. 벌써 1년이라니

4-so 2018. 12. 1. 00:52





오늘로 내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첫 글을 쓴지도 꼭 1년이 되었다. 일기는 120개가 넘었고 비공개글과 다른 잡다한 글까지 합치니 약 200개의 글을 올렸다. 개설 당시만 하더라도 작심삼일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이내 쓸데없는 걱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글 쓰는데에 흥미를 느꼈고 그래서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억지로 글을 쓰는 일은 없었다.

글 하나를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서 3주 넘게 쓴 글부터, 아무 고민없이 10초 만에 쓴 글까지 다양하지만 모든 글의 공통점은 당시의 내가 품고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서 표면화, 문서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글에는 귀천을 구분할 수 없는 모두 소중한 글들이다. 가끔 나의 글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면 마치 내가 낳은 자식같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자식을 길러본 적은 없지만). 각각의 글을 읽으면 썼던 당시의 나의 상황과, 감정들을 복기하게 된다. 행복하고 기뻤던 일 뿐만 아니라, 화가 나고 슬펐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느낄 수 있다. 감정의 명암에 대해서는 나는 차별을 두고 싶지는 않다. 어떤 감정이든 간에 모두 내가 느꼈었고, 나를 스쳐갔던 감정이라면 모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은 바로 '글 쓰기 실력이 늘었을까?'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애초에 '글을 잘 쓴다'의 판단 기준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남들이 읽기에 번지르르해보이고 고급 어휘들이 사용된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더라. 예전에 썼던 글 중에서 그 기준을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손실을 최대한 줄여서 글로 옮기는 것'이라 했었는데, 이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제자리 걸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 생각을 글로 옮기기는 정말 어렵다.

또 가끔씩 심심할 때면 나 처럼 글을 쓰는 다른 블로그를 찾아 다니는데, 정말 운 좋게도 나와 비슷한 몇 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분들의 글을 읽는 것도 큰 행운이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길동무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도 같다. 나와는 고민의 종류는 다를 수도 있지만, 나도 그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나의 생각에 대해 영감을 받기도 한다.

앞으로의 야심찬 목표는 작성 글 1000개를 채우는 것이다. 앞으로 수년은 걸리겠지만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식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그렇게 나의 삶처럼 나의 글도 같이 원숙해지고 희노애락을 같이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게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 한 가지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일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수백개의 글 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자 하는 영혼 자체가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다. 글 하나하나는 모두 나의 영혼의 일부가 되었다. 그 일부가 수십, 수백개씩 누적되고 오버랩되면서 '나'라는 자아는 더욱 선명해진다. 글쓰기는 나에게 또다른 자아 찾기의 연습인 셈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이 열정만큼은 절대로 식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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