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는 두 줄이다. 한 줄은 가만히 서 있는 줄, 다른 한 줄에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비워놓는 줄이다. 나에게는 이상한 강박증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딱히 바쁘지 않더라도 한 줄이 비워져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비워진 줄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그냥 서 있더라도 분명 목적지에 도착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리 서두르는 것일까? 가만히 있는 것은 왠지 견딜 수가 없다. 가만히 있었다는 무기력함이 곧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항상 최단경로, 최단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시간,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쓰다보면 유독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있다. 머릿속의 생각이 막히지도 않고, 손실되는 부분도 없이 술술 떠오르는 날이다. 이런 날에는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이 '임시저장' 해놓은 글들을 하나씩 꺼내서 부족한 부분을 손보느라 바빠진다. 아니면 처음부터 글을 써내려가는 경우도 있는데, 한방에 글을 마무리지어서 '발행'하면 세상 그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 평균적으로 글 하나를 완성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단 하루만에 쓴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앞으로 이런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잠에 빨리 드는 사람이다. 왜냐면 나는 잠에 빨리 들지 못한다. 아무리 빨라야 20분, 평균적으로 30분이상 걸린다 내가 잠에 빨리 드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잘 알고있다. 그 방법은 바로 아무 생각도 하지않고 눈감고 멍한 상태로 있으면 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으면 하루 동안 있었던 온갖 일들이 떠오른다. 특히나 내가 잘못했거나 아쉬웠던 일이 있었으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자책하느라 계속 뒤척이게 된다. 이처럼 자기 전의 나의 머릿속은 갖가지 상념에 빠져서 나의 잠을 방해한다. 어차피 잠들어 버리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생각이건만. 나는 쉽사리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한다.
신조 : 굳게 믿어 지키고 있는 생각. 비슷한 말: 신념, 소신 -> 자신만의 '신조'를 지키면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신파 : 원줄기에서 새로 생긴 갈래. 또는 그런 무리. -> 말 그대로 '새로운 파'라는 뜻이다. 어려운 어휘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거였군... 기인(하다) : 1. 일이 일어나게 된 까닭. 2. 어떠한 것에 원인을 둠. -> '원인'이라는 말과 비슷한 어휘다. '원인'도 뒤에 서술어처럼 써서 '원인하다'가 가능한데 (방금 검색해보면서 처음 앎) '기인하다'가 훨씬 익숙하고 입에 붙는 말이다.
과목 하나는 놓치긴 했다만, 나름 만족스럽게 잘 된 것 같다. 지난 학기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최적의 답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20대 초반의 '나'가 짊어진 무거운 질문이다. 블로그를 개설해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는 것도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감때문이다. 내 전공인 컴퓨터공학에서도 '최적의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답을 찾는데 사용되는 다양한 방법이나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다양한 경로 중에서 최단경로를 찾는 방법같은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이처럼 최적의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누군가 나한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