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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는 두 줄이다.
한 줄은 가만히 서 있는 줄,
다른 한 줄에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비워놓는 줄이다.
나에게는 이상한 강박증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딱히 바쁘지 않더라도 한 줄이 비워져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비워진 줄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그냥 서 있더라도 분명 목적지에 도착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리 서두르는 것일까?
가만히 있는 것은 왠지 견딜 수가 없다.
가만히 있었다는 무기력함이 곧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항상 최단경로, 최단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시간,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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