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별로 대화하는 방법이 각자 다르다. 누구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만 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다른 누구는 빙 둘러서 간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또한 그 사람이 좋아하는 대화주제, 리액션도 다 다르다. 나는 이러한 사람별로 고유한 대화방식을 '대화 프로토콜'이라고 부른다(내가 맘대로 정의한 용어다). 내가 사회생활에서 처음 만난 상대를 대할 때 가장 신중을 기하는 작업이 바로 그 사람의 대화 프로토콜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하는데, 경험상 상대방이 좋아하는 말을 100마디 하기보다 싫어하는 말을 1마디라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면 결국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내가 살면서 신경 안 쓰고 방치해놓는 영역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내 핸드폰 사진첩이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이든 찍히는 것이든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남들은 휴대폰에 사진, 동영상을 많이 저장하느라 용량도 128,256기가 옵션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여태껏 사진+동영상으로 10기가를 넘겨본 적이 없다. 그만큼 찍는데 관심이 없다. 1년에 찍는 사진이 100장 남짓이다. 특히나 셀카는 살면서 찍어본 기억이 없다. 지금 당장 내 핸드폰 앨범을 뒤져봐도 10장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사진에 무심해진데에 대단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다. 다만 순간의 기억을 사진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감각을 통해 기억하는 경험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 라는 말처럼 대개 사진..
작년 9월에 전역한 이후로 다시 군복을 입었다. 오늘은 첫 예비군 가는 날이다. 원래 예비군 1~4년차는 동원훈련이라고 해서 3박 4일동안 훈련을 받아야하는데, 나는 현재 대학교 재학중이기 때문에 학생예비군을 받을 수 있다. 학생예비군은 하루 8시간만에 모든 훈련을 마칠 수 있기 때문에 꿀같은 제도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나는 내년에 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기에 이 꿀제도를 단 한 번밖에 못 누린다는 점이다. 예비군 훈련장은 평택에 있다. 학교가 수원이라서 아마 그곳에 배정된 모양인데 내 집에서는 너무 멀었다. 아침 9시까지 반드시 훈련장에 입소해야 하고, 학교에 집합하는 시간이 아침 7시 반이다(학교에서 훈련장까지 버스편을 제공해준다). 그러면 나는 집에서 최소 6시에는 나와야 한다는 뜻인데, 나는 도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