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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91. 인생 숙제

4-so 2024. 2. 12. 02:27

다들 인생을 살아가며 숙제를 해치우는데 여념이 없다. 10대에는 대학입시, 대학생 때는 취업준비, 직장인이 되면 재테크와 결혼준비, 결혼하면 육아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일생 내내 모든 것이 숙제처럼 내 앞에 펼쳐져있다. 이 중 하나라도 완수하지 못한다면 주위로부터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다.

작년과 얼마 전에 필리핀에 휴양차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현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공항 이미그레이션 직원 ,툭툭이 기사, 호텔의 벨보이, 호핑투어의 선원, 식당 서버의 삶에 대해 말이다.

사실 필리핀 관광지 사회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력 차이는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다. 필리핀의 최저임금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물가나 각종 비용을 비교해보자면 한국에 비해 1/4 수준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한국보다 4배 더 고달플까? 내가 본 모습에 의하면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오히려 한국 사람들보다 4배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에 따라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받아가는 것에 만족해보였다. 그 사회에서는 한국처럼 치열한 인생 숙제(물론 필리핀 사람들대로의 숙제도 존재하겠지만)도, SNS상에서의 보여주기식 인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나는 분명 그들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살고있음에도, 항상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다. 그 불안감으로 통해 개인과 한국 사회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조금씩 우리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내 인생 숙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쯤 끝날지도 모르는 숙제이자, 답을 찾을 수 있는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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