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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0. 불만의 표출 방식

4-so 2018. 2. 26. 21:25

얼마 전에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 논란을 빚었다. 

경기 결과는 완패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공분을 산 것은 경기의 내용과 경기 직후의 인터뷰였다. 인터뷰에서는 특정 한 사람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으로 인해서 '남 탓'이 아니냐는 논란에 빠지게 되었다.

 

팀추월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3명의 선수들 중 가장 빠른 사람의 기록은 의미가 없다(상대방 선수를 앞지르는게 아니라면). 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세명의 선수가 근접하게 붙어서 주행하는 것이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어느 한 선수가 멀찍이 앞서나가서 주행했다는 것은 승리와 가까운 운영 방식은 아니었다.

 

그 선수의 기량과 다른 선수의 기량 차이가 컸다. 이는 그 경기에서 두 선수 간의 간격 차이로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보는 나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저 세 선수가 같은 팀으로 묶였는지가 의아할 정도이다. 그리고 선수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마 그 선수는 이러한 팀선발에 불만을 가졌고 그 불만에 대한 표출로 혼자 앞서나간 주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런 불만은 가질 수 있다. 수년 간의 자신의 노력이 다른 선수 때문에 퇴색된다는 것은 누가 겪더라도 불합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의 표출 방식은 현명하지 못했다. 뒤쳐진 선수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나 대중의 비판은 고려하지 못한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출 방식이었다. 조금 더 건설적이고 신중한 방법으로 표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와 인터뷰 직후 대중들과 미디어는 비난의 화살을 그 선수로 향했다. 모두들 정확한 진상 파악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욕받이에게 돌을 던지기에 바빴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국가대표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에 참여했다. 나는 대중들의 불만 또한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난은 진상을 모두 밝혀낸 뒤 해도 늦지 않다. 섣부른 마녀사냥으로 인해 선수인생을 망쳐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나 중립성을 지키면서 사건을 파악해야할 언론마저도 단순히 다수의 여론에만 편승하여 사건이 터진 뒤에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나 다른 팀종목과의 대비로 대중들과 그 선수 사이를 이간질한 모습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불만의 표출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또한 나의 불만 표출 방식은 어떠했는지 뒤돌아 보았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만의 표출 방식이 모두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 문제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 표출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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