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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1Q84

4-so 2020. 3. 21. 02:36

소설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인간은 시간을 직선으로 인식해. 길고 반듯한 막대에 눈금을 새기는 것처럼. 이쪽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이 뒤는 과거, 그리고 지금은 이 포인트에 있다, 라는 식으로. 알겠니?"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은 직선이 아니야. 어떤 모양도 갖고 있지 않아. 그건 모든 의미에서 형태를 갖지 않는 것이야. 하지만 우리는 형태 없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없으니까 편의상 그걸 직선으로 인식하지. 그런 관념적인 치환이 가능한 건 현재로서는 인간뿐이야."
(중략)
"즉 시간을 영원히 지속되는 일직석으로 인식하고 그런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행동해왔어.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에 딱히 불합리한 점이나 모순점을 찾아낼 수 없었어. 그러니까 경험칙으로서 그건 아마 옳을거야."
[ 1Q84 3권 p.76 ]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더이상 문을 노크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내 아파트에는 텔레비전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수신료를 수금하러 돌아다니던 날들은 먼 옛날에 끝났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우린 이미 합의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선생님의 입회하에 말이에요.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 반 담임선생님, 안경 쓴 작은 여자 선생님. 기억하고 있죠? 그러니까 내 아파트 문을 두 번 다시 노크하지 말아줘요. 아버지는 이제 수금원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해서 사람들을 겁먹게 할 권리가 없어요."
[ 1Q84 3권 p.286 ]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건 큰일이야. 이 세계에 구멍 하나가 뻐끔 뚫리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 우리는 올바르게 경의를 표해야해. 그러지 않으면 구멍은 제대로 메워지지 않아."
"하지만 때로 죽은 사람은 몇 가지 비밀을 안고 떠나가. 그리고 구멍이 메워졌을 때, 그 비밀은 비밀인 채로 끝나버리지."
"내 생각에는, 그것 역시 필요한 일이야. 만일 죽은 사람이 그걸 안고 떠났다면, 그 비밀은 분명 남겨놓고 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던 거야."
(중략)
"아버님은 뭔가 비밀을 안고 그쪽으로 가버렸는지도 몰라. 그 일로 너는 약간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여.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냐. 하지만 덴고 군은 어두운 입구를 더이상 들여다보지 않는게 좋아. 그런 건 고양이들에게 맡겨두면 돼. 그런 걸 해봤자 너는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게 좋아."
[ 1Q84 3권 p.5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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