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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57. 추모와 추궁 사이

4-so 2020. 7. 14. 20:23

사람이 죽었다. 고인은 혼자서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채 다른 세계로 떠나버렸고 그에게 제기되어야할 수많은 의혹들은 수면에 떠오르지 못하고 영원한 심연의 해저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의 죽음을 두고 여야의 두 정당들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여당은 그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생전에 세웠던 업적을 내세우면서 의혹들을 감추기에 바빴다. 한편 야당은 고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넘어서 주변 사람들과 제기된 논란과 무관한 주제들까지 언급하면서 ‘고인 먹칠하기’에 나섰다. 과연 어느 쪽의 행보가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정치적 중립에 가까운 나로서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본인에게 향할 비난의 화살들을 죽음으로써 면하려는 결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죽음은 어떤 경우에서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느샌가 죽음이 책임 회피의 한 방법으로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해진다. 죄를 지었더라도 살아서 죗값을 치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 하나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리는 일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과 다름없다.
또한 이번 일을 두고 여야는 진정한 ‘추모’ 또는 ‘추궁’의 본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지도 반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당의 이념 때문에 고인을 앞에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추모는 추모의 본 의미에 맞게, 추궁은 추궁의 의미에 맞도록 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잘못된 일이 있다면 더 이상 감추려 하지 말고, 진상 규명에 힘을 쓰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야당에서도 고인에 대한 과도한 트집 잡기를 멈추고 사건을 사건 있는 그대로만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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