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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휴가를 나간 지도 2주나 지났다. 휴가를 나갔던 당시에는 그 전날 갑작스레 휴가가 결정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기도 해서 정확히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을 적는다.

휴가 당일 날, 원래는 아침 6시 반 기상이지만 설렘 때문인지 6시쯤 기상했다. 일찌감치 나갈 준비를 마치고 아침 점호를 받고 옷을 갈아입었다. 휴가증을 받아들고 위병소를 통과할 때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나에겐 2달만에 밟아보는 사회의 지면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휴가를 나가면 부대 안과 밖의 공기가 달라진다는데,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겨우 한 발짝 차이인데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출근 길(등교길)이겠지만 나에게는 2달 만에 펼쳐진 전혀 다른 광경이었을 것이다. 괜히 티 안나도록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난다. 백화점과 연결된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 때도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입대 전에는 그렇게 자주 오던 백화점이었는데 단 2달 만에 이렇게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는걸까. 장소에 대한 기억은 나를 둘러싼 상황에 따라서 재구성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걸어가기로 했다. 휴가동안에 사회에 최대한 많이 나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부질없는 욕심 때문인 것 같다. 이젠 모든 것에 2달 전의 기억이 심어져있다. 그때 뿌려놓았던 기억의 씨앗들이 자라서 지금의 내가 '회상'이라는 수확 가능한 형태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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