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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좌절에 부딪혀왔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내가 고3 때 봤던 (첫 번째) 수능 시험. 그전까지 12년 동안에는 나의 학업 수준이 어떻건 간에 다음 학년으로의 진학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수능 시험은 내가 살면서 겪었던 첫 번째 진학의 좌절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재수를 택하게 되었다. 다행히 재수생 때 보았던 (두 번째)수능 시험은 그럭저럭 본 덕분에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1년 전 겪었던 좌절을 교훈으로 미래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내가 봤던 첫 번째 수능, 첫 번째 좌절은 '좋은 좌절'로서 남게 된다.

모든 좌절이 좋은 좌절로 귀결된다면 좋겠지만 인생이란게 어떻게 그러겠는가. 좋은 성과로 귀결되지 못하고 그저 상처와 허망함만 남는 '나쁜 좌절'도 있기 마련이다. 나쁜 좌절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물론 좌절의 순간에는 그 좌절이 향후에 좋은 좌절이 될지 나쁜 좌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사람이 무기력 해지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나는 점점 좌절에 더 빈번하게 노출되었다. 그 덕분에 좌절에 대한 고통은 좀 무뎌졌지만 동시에 좋은 좌절과 나쁜 좌절이 쌓여갔다. 좋은 좌절은 내게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본이 되어주었지만, 반대로 나쁜 좌절은 내가 넘어설 수 없는 문턱들을 하나 둘씩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나는 실패하는 일에 대해서 점점 무뎌져 갔고 과거의 승승장구하던 모습은 점점 흐릿해졌다. 아, 결국엔 나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구나.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자신의 평범함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인생 교훈의 일부라면 나쁜 좌절도 마냥 실패라 할 수는 없을지도. 결국 좋은 좌절을 통해서 자신을 꾸준히 고쳐 나가면서도, 나쁜 좌절 때문에 지나친 좌절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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