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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84. 두루마리 이론

4-so 2022. 5. 10. 03:22

나는  여러가지 인생 이론을 제시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 말이다. 내 이론을 남들한테 얘기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인정을 못 받기는 하지만, 내 이론이 남들에게 얼마나 인정받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그냥 나는 인생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해봐도 내 이론이 정말 기괴하다고 생각은 든다. 아무튼 이 글에서 설명할 나의 여러 인생 이론 중 한 가지는 '두루마리 이론'이다 (내 인생 이론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죽으면 사후세계에 갈 때, 자신의 '인생 두루마리'를 가지고 간다. 이 인생의 두루마리 안에는 그 사람이 일생 연대기가 빼곡히 적혀있다. 몇살에 어떤 걸 하고, 누구를 만나고.... 이런 내용들이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사후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인은 사람마다 그들의 두루마리를 받아서 서랍 같은 곳에 모아서 정리해놓는다. 그런데 어느날 그 서랍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두루마리가 뒤섞여서 어떤 두루마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두루마리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어떤 게 자신의 인생을 적어놓은 두루마리인지 찾아야 한다. 이때 과연 나는 내 두루마리가 어떤 것인지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겠지만, 내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다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도화지를 주고 풍경화를 그려보라고 시키면, 모서리에는 태양과 한가운데에 산봉우리 2개와 물줄기 하나 그리고 그 옆에는 집과 웃고 있는 사람을 그리는 것처럼 그들의 인생은 너무나도 규격화 되어있다.

나는 이런 인생을 잘못된 인생이라고 치부할 생각은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어쩌면 이런 인생이 가장 리스크가 적으면서, 성공확률은 높은 안정된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남들처럼 사는 삶은 너무 재미 없지 않을까? 내 인생은 좀 남들과 달랐으면 좋겠다. 같은 풍경화라 할 지라도 내 풍경화에는 바다가 그려지거나, 날씨가 흐려서 태양 대신 빗줄기를 그린다거나 하고 싶다.어찌 되었건 이런 모습들도 풍경의 일부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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