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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72. '이상주의'라는 덫

4-so 2018. 6. 7. 02:20

며칠전 친구랑 1시간정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나에게 꽤나 유익한 충고를 해주었다.  마침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였는데 속시원하게 통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충고의 내용은 이렇다.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그렇고 둘 다 정말 바쁘게 산다. 친구는 시험준비를 하고, 나도 과제나 기말준비를 하느라 바쁘다는 서로의 신세한탄 얘기를 주고받다가 언제나 그랬듯이 연애얘기로 넘어갔는데 역시나 친구는 연애를 하지 않는 나를 닦달했다. 나 역시 능숙하게 (이런 '닦달'이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므로) 내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열심히 변호했다. 지금 이 시기에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보단 공부나 열심히 해서 장래를 가꾸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뭐 그런 얘기로 대충 얼버무렸다. 그러자 친구는 나보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라'라고 말했다. 나에게 정말 와닿는 표현이었다. 그래. 나는 항상 '머리'로만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지금껏 나는 너무 이상적인 것에만 몰두하고 그것이 정답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의 본성은 철저히 억압한 채,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실제로 내가 예전에 썼던 '23. 시선'이라는 글이 나의 그러한 가치관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좀 거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내 삶의 이러한 '엇박자'를 감지했고 이 통화가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 충고와 관련해서 전조증상처럼 생각되는 '58. 무얼 위한 희생인가'도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 자신이 조금 '말랑말랑' 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상주의'는 그동안 내가 옳다고 여겼던 노선이었고, 그 길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쫓아가다가 결국은 덫에 걸려버린 꼴이 되었다. 내가 왜 이런 덫에 걸리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건 아마 아직도 내가 수험생활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험 생활의 대부분은 자신의 본능과 욕구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런데 수능이 끝난 지금까지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굴레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것에만 주의가 쏠려서 정작 나의 내면에 있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노선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다시 뒤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럴 필요성은 절감하게 되었다. 노력해봐야겠다. 나에게 유익한 조언을 해준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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