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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46. 군대 간다

4-so 2020. 4. 19. 13:08

내가 드디어 군대를 간다. 어렸을 때부터 이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왔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앞으로 10년 안에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서 군대를 안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봤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기대는 나 말고도 수십여년 전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었던 기대였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나만 홀연히 그 기대의 당첨자가 될 확률은 당연히 희박하겠지...

그리고 토요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반드시 이번이 처음이어야만 한다) 머리를 빡빡 밀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머리 밀어보는 일도 있는거지, 라는 위로는 별로인 것 같다. 기왕이면 한 번도 안 밀어보는게 더 좋은거잖아? 아무튼 머리를 짧게 민 나의 모습을 거울로 마주하면서 여러가지 심정이 든다. 나는 두상이 별로 예쁘지 않구나 라는 생각과 짧은 머리를 만져보니 이때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촉도 느낄 수 있다.

최근 일주일간 기분 상태는 수능 보기 일주일 전 기분 상태랑 연관지어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긴장의 세기나 초조함 같은 부분은 오히려 수능이 훨씬 더 격렬했다. 하지만 수능은, 그 당일날 몇 시간의 시험만 끝나면 그 이후로는 완전히 해방이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도 약간의 설렘과 희망감도 내포하고 있었다면 군대는 완전히 얘기가 다르다. 나의 해방은 앞으로 1년 6개월하고 5일 뒤의 일이다. 남들은 군생활 정말 짧아지고 편해졌다 얘기는 하지만 솔직히 당사자한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직 나에게 전역 날짜는 보이지도 않는 아득한 먼 미래의 일이다.

훈련소에서는 블로그를 할 수 없을테니 수첩같은 곳에다가 수기로 직접 글을 적었다가 훈련소 끝나고 나왔을 때 한꺼번에 블로그에 옮겨 적도록 해야겠다. 내가 여태껏 살아온 환경과 그곳은 완전히 다른 환경일테니 분명 그곳에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생각도 많아지고 글 쓸 내용도 풍부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미 갔다온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그냥 조금 힘들 각오를 하고 가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너무 편하게 가려거나 고생 안 할 각오로 가면 더 힘들어 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마음 먹기로 했다. 체념이나 해탈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아 참, 그리고 군대 가기 전에 끝마치려고 했던 글들은 결국 다 못 썼다. 군대가서 열심히 완성시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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