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남들보다 더 성숙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쯤되면 나도 어엿한 어른이야' 라고 우쭐댈 때면 세상은 나를 향해 반박이라도 하듯 나름의 시련을 던져다 주었다. 결국 나는 아직도 어리숙하다. 골고루 할 줄 아는 것은 많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또 스스로를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어린 애처럼 자기 중심적이다. 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투정을 부리게 된다.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어른이라는 열매는 설익어있다. 설익은 열매를 자꾸 따먹으려고 하니 신맛 밖에 날리가 더 있겠나. 언제쯤이면 다 익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어야 달콤한 과즙을 맛 볼 수 있을까.
이제는 글쓰기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글을 슥슥 적어나가는 성향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글을 하나 작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글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체득했다. 먼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을 먼저 두서없이 적어낸 뒤,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다듬고 앞뒤를 덧붙이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적을려다가는 얼마 못 적고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백지에 바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밑그림으로 스케치를 대략 해놓고 그 위에 본격적으로 그리면 쉽게 그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삶이란 어렸을 때는 자신이 만개(滿開)했다고 착각하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본인의 미개(未開)를 깨달아가는 과정.
과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할 일이 많아진다. 늦게 잠이 든다. 수업시간에 졸리다. 종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