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주변 사람들을 둘러볼 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그들은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건 정신적인 것이건간에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부러움과 질투 섞인 시선을 보낸다.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열망하는 것은 그런 물건(혹은 정신)이 아니라, 그것을 갖고있는 그들의 만족감일 수도 있다. 나보다 더 행복한, 더 유복한 그들의 삶이 나의 것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통한 심정을 느낀다. 나의 삶이란 왜, 태어날 때 하늘이 나에게 할당해준 행복의 몫은 이정도 밖에 안되는지 항의하고 싶다. 나의 삶 속에는 왜 그런 것들이 누락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이제 자취한지 5일째가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느낀 점들이 있다. 1. 생각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이전에 집에 있을 때에는 엄마가 매번 청소기를 돌리셔서 바닥 청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자취를 하게 되면서 자취집 안의 모든 청소는 내가 도맡아서 해야한다. 그래서 매일 저녁에 청소를 하려고 바닥을 살펴보면 수많은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전에는 내가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지는지 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떨어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자니 간담이 조금 서늘해지기는 한다. 사실 바닥이 더러워지는건 어차피 치우면 되니까 둘째문제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게 무서운 얘기다. 2. 밥을 직접 해먹기 너무 귀찮다. 아침 1..
저번 주말에 집 근처에 다이소에 다녀와서 자취에 필요한 몇가지를 구입했다. 집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디퓨저를 샀다. 3천원 밖에 안한다. 효능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디퓨저로 방향 효과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나는 공기청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를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겨울용 털 슬리퍼를 샀다. 겨울철이라 아침에 나와서 밤 늦게 들어가면 방바닥이 꽤나 차갑다. 보일러로 데워지는동안 신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손님이 오면 뻔뻔스럽게 손님용이라고 양보하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바닥의 쓰레기들을 쓸기 위해서 작은 쓰레받이도 샀다. 근데 너무 작아서 잘 안쓸리더라. 그냥 돈 더 주고 좋은 것 하나 살 걸 그랬다. 이 역시도 디퓨저랑 비슷하게 '바닥 청결을 위해..
난 오늘 집을 떠난다. 학교 앞에 원룸을 얻어 다음 학기부터 자취를 하기로 했다. 현재의 나는 독립심이 지나치게 강하기도 하고,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편히 쉴 만한 안식처가 아니다. 물리적인 안식처는 맞을지 몰라도, 심리적 안식처로서는 절대 아니다. 나에게는 심리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이제서야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모든 판단은 나로부터 비롯되며, 결과 또한 나에게로 귀결된다.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삶이다. 사실 두려움이나 불안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마저도 내가 견뎌내야할 몫이다. 앞으로의 나는 더 대담해지고, 더 어른스러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부턴가 나는 남들로부터 걸음걸이가 빠르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다른 사람들과 길을 걷다보면 나는 딱히 빨리 걸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나만 멀찍이 앞서 나가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억지로)걸음걸이를 늦추어야 한다. 걸음걸이가 빨라진데에는 급한 성격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썼던 글인 '에스컬레이터'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천천히 걷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남한테 맞추기 위한 천천히가 아닌, 자발적인 천천히를 위해서 말이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천천히 걸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뒷사람이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된다. 나는 나만 앞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