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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4-so 2023. 11. 11. 03:51

얼마 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왔다. 나는 예전부터 지브리 영화를 좋아했었는데, 오래간만에 개봉한 작품이라 기대를 품고 관람하려고 했다. 다만 관람 전에 이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평가가 극명히 갈렸다. 대체로 줄거리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사실상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 될 지도 모르는데, 괜히 안좋은 기억으로 남게되지 않을까 망설였다. 한편으로는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의리도 있는데 작품이 어떻건 일단 내눈으로 보고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정말 인상깊게 보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지브리의 작품을 좋아할까를 스스로 되물어보았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라고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기대치)가 있다. 서정적인 그림체와 귀여운 등장인물, 몽글몽글한 스토리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실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부터 지브리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가벼운 장르 안에서도 중심에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심어놓는다. 대표적으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섬 라퓨타'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벼랑 위 포뇨'나 '마루 밑 아리에티'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 비해서는 주제의식은 덜어내면서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지브리 작품을 좋아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알맹이는 없고 가볍기만한 줄거리를 '지브리'답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반면에 해석에 대한 부담 없이 작품자체만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내가 지브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똑같은 작품이더라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처음 봤을 시기는 아마 초등학생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 기억상으로는 막연히 괴물이 나오는 영화로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나서 볼 때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치히로가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겉모습은 단순하면서도 내부의 알맹이는 심오한 내용을 담아서 포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지브리는 이러한 포장작업을 특출나게 잘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겉부분에 묻어있는 달달한 설탕에 끌려서 지브리 작품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가운데에 있는 조금은 쌉싸름한 성분을 맛보는 게 더 끌리게 된다.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설탕의 비중은 줄어든 대신에 난해한 맛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 맛이 처음 접했을 때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만, 녹여먹을수록 익숙해지는 홍삼캔디같은 맛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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