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기

468. 작아진 더위사냥

4-so 2023. 8. 19. 22:13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먹은 아이스크림,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꼽자면 단연 빙그레의 '더위사냥' 이다.

얼마나 좋아하나면, 내가 6~7살먹은 꼬꼬마 시절에 여름,겨울 가릴 것 없이 한달에 대략 28일 정도는 더위사냥을 사먹을 정도였다. 그 어린시절부터 달달한 커피맛에 길들여져서인지 20대 중반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는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만 서면 무의식적으로 더위사냥이 있는지부터 찾는다. 

 

그 시절에는 더위사냥이 700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1+1으로 1800원이나 호가하는 고급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크기마저 너무 줄어들어 버렸다. 내 몸이 커지고 손도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더위사냥이 더 작아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더위사냥은 확실히 작아졌다. 어린시절에 내가 알던 더위사냥은, 다른 아이스크림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모양과 두툼한 그립에서 주는 든든함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더위사냥에서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평범한 크기의 아이스크림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아 아쉽다. 

다행히도 그 달달한 믹스커피의 맛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20년 전에 내가 사랑하던 그 맛 그대로이다. 내가 어렸을 때 왜이렇게 더위사냥을 광적으로 좋아했을지 추측해보자면, 그 당시에는 엄마가 커피를 못 마시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는 마음대로 마실 수 없었던 대신에, 더위사냥만큼은 허락해주셨기 때문에 나는 커피에 대한 갈증을 더위사냥을 통해 해소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0. 앞에서 못할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  (0) 2023.08.24
469. 욕망의 대체품  (0) 2023.08.23
467. 생일의 존재  (0) 2023.08.15
466. 보라카이  (0) 2023.08.03
465. 껍데기뿐인 의무감  (0) 2023.07.18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