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0.04.19 - [일기] - 246. 군대 간다
2020년 4월 20일, 나는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500일 뒤인 9월 3일에 전역전 휴가를 나왔다. 원래 전역자는 말출 휴가를 나와도 15일마다 부대로 복귀했다가 다시 나오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전역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내가 전역하는 10월 25일까지는 여전히 군인 신분이다.
원래는 3일 당일 날 바로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기쁨에 겨운 나머지 글 마저 쓸 생각이 안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 4일이 지나서야 이렇게 글을 쓴다. 그래도 아직은 군인 신분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다.
2020년 4월 20일날 나의 기분은 단연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기분이 들었던 날이다. 지금 떠올려봐도 생생하고 끔찍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 날 훈련소 입구에서 혼자 걸어가며 나는 생각했다.
'전역하는 날에는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9월 3일, 나는 위병소에서 500일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때의 나에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역(전휴가)날의 기분은 정말 세상에 어떤 화려한 수식어구를 다 끌고와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었다.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수능이 끝나고 난 뒤의 기분보다 수십배는 더 강렬하고 진한 감정이었다.
군대에서 하루하루는 정말 지긋지긋한 나날이었다. 군생활이 끔찍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아무튼 군대에서는 '하루빨리 나가고싶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군대에서 얻은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만, 지금은 별로 그런 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한다. 새벽 2시까지 폰을 하다가 잠들어도 되고, 아침 11시 넘어서까지 자도 되고, 끼니도 내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7. 서핑 (0) | 2021.09.27 |
---|---|
336. '요즘 군대 좋아졌다' (0) | 2021.09.15 |
334. 말년 (1) | 2021.09.01 |
333. 긍정적 기운 (0) | 2021.08.21 |
332. 스위치 (0) | 202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