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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군대에 있는 사이에 우리 집이 이사를 갔다. 원래 살던 집은 내 기억상 초등학교 6학년 때(2009년) 이사를 왔으니 햇수로만 11년 동안 그 집에서 살았다. 내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한 집에서 살았던 셈이다. 가구들이 모두 빠지고 휑하니 남은 집의 사진을 보아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났다. 집이란 게 생명체도 아니면서 떠나가는 일이 왜 이런 오묘한 기분을 자아내는지도 알 수 없다. 내가 그 공간 안에 살아오면서 떠올린 추억과 감정들이 집 안 곳곳의 벽과 바닥에 깊숙이 침투하고, 나는 다시 그 공간 안의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간다. 이런 나날들이 수 년째 지속되다보면 나의 추억과 감정을 머금은 집이 발산하는 공기들을 의식하지도 못 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집을 떠나가면, 그제서야 비로소 나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들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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