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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이 시간 때우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가장 흔한 수단이 '웹툰 시청'이다. 그렇지만 나는 웹툰을 즐겨보진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도 갑자기 웹툰 얘기가 나오면 나는 철저하게 문외한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최근에 보고 있는 웹툰이라던가, 어떤 웹툰이 인기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괜히 나도 친구들의 대화에 말을 섞으려고 아무 웹툰이나 하나 볼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금새 마음을 접게 된다.

 

내가 아마 마지막으로 챙겨 본 웹툰이 '패션왕'이었다('복학왕'이 아니라 그보다 더 오래된 '패션왕'말이다). 언제 나왔는지 찾아봤더니 2011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9년전, 내가 중2 때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그 웹툰을 안 보면 대화가 안 될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유행도 유행이었고 웹툰의 배경이 그 당시 나처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에 나도 애착이 가서 연재되는 요일마다 꾸준히 챙겨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본다던 웹툰을 듣고 한두개씩 보기는 했는데 그 뒤로 쭉 정주행한 웹툰은 거의 없었다. 그런 관성이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대학교로 온 이후로는 아예 웹툰에서 눈을 떼버렸다. 

이것과 비슷한 이치로 드라마 또한 거의 챙겨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챙겨본 드라마는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아마 10년도 더 된듯). 내 주변에서는 다 봤다던 '도깨비', '응답하라 시리즈', '스카이캐슬' 같은 것도 하나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정말 재밌다고 하길래 '나도 언젠가는 다운 받아서 정주행 해야지..' 하는데 아직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한테 '챙겨 보아야 할' 무언가가 생긴다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 그게 설령 내게 재미나 감동을 주는 웹툰이나 드라마라 할지라도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의 기조를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로 노선을 전환하게 된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예전에 웹툰 보던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다음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내 성격상 한번 정주행을 시작하면 무조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중간에 연재를 기다리다가 시간 관리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잦았다. 웹툰이나 드라마가 나오는 시간이 보통 학원에 있을 시간이거나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한테는 자기 절제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서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웹툰이나 드라마를 멀리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비록 지금의 나는 이러한 요인들로부터 자유롭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웹툰이나 드라마가 당기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챙겨보는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작품들을 찾아가고 챙겨보는 것에 익숙한 데에 반해, 나 같이 그 감각이 무뎌진 사람들은 작품을 찾고 챙겨보는 일마저 귀찮아져버렸다. 일종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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