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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34. 사랑니

4-so 2020. 3. 4. 01:41

오늘 사랑니를 뽑았다.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사랑니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지만, 다음 달 군대에 가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입대 전에 뽑기로 한 것이다. 사랑니 발치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사랑니를 뽑은 주변 사람들이나 인터넷상에서의 이야기로 인해서 내게 충분히 주입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간 치과는 사랑니 발치만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치과였다. 처음엔 의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위안은 되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른쪽의 위, 아래 사랑니를 모두 발치해야 했다. 처음에 마취주사를 몇 방 맞았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니 오른쪽 혀와 입 안이 얼얼해지면서 감각이 사라졌다. 의사가 입안을 건드려보면서 마취가 잘 되었나 확인을 한 뒤 본격적으로 발치가 시작되었다. 확실히 마취가 된 상태라서 그런지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잇몸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은 있었고 또한 치아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당겨지는 느낌은 마취 여부와 상관없이 오롯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건 치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동 기구들의 드릴 소리였다. 위이잉 소리를 내면서 기구가 다가올 땐 마치 청각이 마취로 인한 감각의 공백을 채워서 내게 공포감을 조성하긴 충분했다. 몸에는 나도 모르게 계속 힘이 들어가서 식음 땀도 났다. 그렇게 약 10분간의 대공사가 끝이 났고 위 아래 하나씩 사랑니를 뽑아냈다. 입 안에는 지혈을 위한 거즈를 물고 있었다. 대공사 직후에는 마취가 아직 남아있어서 오른쪽 입의 감각이 거의 없었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마취가 풀리니 서서히 통증이 느껴졌다. 오른쪽 볼도 충충 부어올라있었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엔 마스크를 써도 전혀 남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통증을 잊기 위해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조금 괜찮아졌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한 시간 전보다 볼이 더 부어 있었다. 얼음팩을 두고 찜질을 하기도 했는데 그 차가운 느낌이 싫어서 대충 하고 끝냈다. 저녁에는 소고기 죽을 먹었다. 왼쪽 사랑니는 안 뽑고 그냥 놔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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