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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으로 상상해가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걸 좋아한다. 일종의 몽상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상이 마냥 좋은 일만 상정하는, 소위 말해 '행복회로'만 돌리는 게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상상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상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이론'이 생긴다. 이를테면 아직 가지도 않은 여행을 갔다고 상상했을 때 어떻게 여행할 건지에 대한 이론(혹은 계획)을 세워보고, 언제 할 지도 모르는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이미 이것저것 원칙을 정해놓았다.
이론(계획)을 세우는 건 좋다. 하지만 과하면 이론이 현실을 잡아먹기도 한다. 이론을 세우기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이론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현실은 도피하기에 바쁘다. 이론은 리허설일 뿐이다. 모든 요인들은 내가 생각한대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변수덩어리다. 대부분의 이론들은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 이론이 틀리는 걸 두려워해서 현실을 이론의 틀에 맞추려고 하면 안된다. 또한 이론의 완성도가 100%가 되기 전까지는 현실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상상만으론 100%가 될 순 없다. 현실에 뛰어 들어가서 내 이론이 맞는지 검증해봐야 한다. 수많은 흠집에도 멀쩡한 이론만이 현실을 설명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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