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7 - [일기] - 224. '다음에 보자'는 말에 대해 4년 전에 나는 '다음에 보자'는 말이 주는 불확실함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의 나도 어느새 '다음에 보자'는 말만 내뱉고 실천하지는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2년 남짓한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나도 결국엔 '다음에 봅시다' 말만 되풀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선 '나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현타가 찾아왔었다.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변명을 둘러대면서 과거에 했던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도 결국엔 무색해지고 말았다.
내 발 사이즈는 262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260 신발을 신기에는 작고 265를 신기에는 좀 크다. 이런 애매한 발 사이즈 때문에 항상 신발을 고를 때면 260을 사야하나 265를 사야하나 고민에 빠진다. 둘 중 어디에도 딱맞게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 지 갈팡질팡 하기 마련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상황에 따라 260과 265신발을 둘 다 신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에 모든 일들이 나에게 딱 맞게 들어맞기는 힘든 일이다. 어떨 때는 자신을 욱여넣기도 해야하고 어떨 때는 헐렁하더라도 꾹 참고 걸어가야 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기묘한 징크스가 하나 있다. 비가 올락말락할 날씨에 외출하려고 할 때 내가 우산을 들고 나가는 날에는 비가 오지 않고, 들고 나가지 않는 날에는 비가 온다는 징크스이다. 안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항상 우산을 들고 나간다면 최소한 손해볼 일은 없겠지만 나는 괜히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음으로써 나의 운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산을 들고 나간다는 말은 결국엔 걱정에 사로잡혀 있어서가 아닐까?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을 때, 비가 오지 않으리라는 자신의 낙관적인 직감을 한번 믿어보고 싶을 순간이 있다. 지금까지 성공률이 낮기는 해도 성공했을 때의 느껴지는 쾌감은 워낙 강렬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건 평균대 위를 걸어가면서 균형을 잡는 일과 유사하다. 평균대에서는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몸의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중심을 잡아야한다.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대화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쏠려 있다면 그 반대 방향으로 대화를 당겨올 수 있어야 한다.이렇듯 대화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현재 대화의 방향성과 무게중심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 개개인별로 띠는 대화의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제로 대화한다고 한들, 사람마다 대화의 중심은 달라기지도 한다. 이처럼 대화를 하면서 고려해야할 점이 많다보니 나는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며 시행착오도 겪어보면서 균형 잡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
다들 인생을 살아가며 숙제를 해치우는데 여념이 없다. 10대에는 대학입시, 대학생 때는 취업준비, 직장인이 되면 재테크와 결혼준비, 결혼하면 육아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일생 내내 모든 것이 숙제처럼 내 앞에 펼쳐져있다. 이 중 하나라도 완수하지 못한다면 주위로부터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다. 작년과 얼마 전에 필리핀에 휴양차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현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공항 이미그레이션 직원 ,툭툭이 기사, 호텔의 벨보이, 호핑투어의 선원, 식당 서버의 삶에 대해 말이다. 사실 필리핀 관광지 사회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력 차이는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다. 필리핀의 최저임금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물가나 각종 비용을 비교해보..
지난주에 회사에 연말정산 자료를 제출했다. 나에게는 생애 첫 연말정산이라 헷갈리는 내용 투성이기는 했지만 며칠동안 여러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가면서 공부한 결과 대략적인 감은 잡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결론 내린 연말정산은 '나라가 미리 걷어간 내 세금을 실제로 납부한 세금과 비교하여 그 차액만큼 돌려주거나 다시 걷어가는 제도'이다. 여기서 더 깊숙히 들어가면 소득공제, 세액공제, 과세표준, 산출세액,결정세액 등과 같은 머리 아픈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쉽게 생각하자면 소득공제는 최대한 많이 받아서 나의 실질적인 과세표준(산출세액)액수는 낮추고, 세액공제를 통해서 납부할 세금의 양을 직접 줄여나가는 싸움이다. 2023년 연말정산은 혼자서 대략 계산해본 결과 60만원정도 환급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여기서..
새해 '목표'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창하지만 그래도 내심 올해 고쳐보고 싶은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말 예쁘게 하기'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는 나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데 바로 대화할 때 말투가 상당히 뾰족한 편이라서 주위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는 한다. '말'이라는게, 나는 절대로 나쁜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닐지라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가시처럼 박힐 수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말을 매끈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를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위에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두고 어떻게 말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과 자신의 대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다보면 어떤 점을 고쳐야 좋을 지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