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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순간이 'A컷 사진'처럼 잘 나오지만은 않는다. 사실 인생은 대부분 'B컷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A컷만을 남기기위해 인생을 억지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도 과거에는 남들에게 항상 A컷만 보여주기 위해서 애를 쓰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건, B컷 역시 내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굳이 B컷을 감추려하지 않는다.
당연히 인생에서 A컷만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은 10번 사진 찍으면 A컷은 한 장 나올까말까 할 정도이고, 나머지 9장은 그저 그런 B컷 취급을 받는다. 휴대폰 앨범에서야 그 9장은 휴지통으로 들어가겠지만, 내 인생에서마저 그런 순간들을 굳이 버려야 할까 싶다. 대신에 나는 그 9장에서 어떠한 면모가 담겨져 있었는지를 숨은그림찾기하듯이 찾아본다. 내 인생에서 돌이켜보자면 선생님한테 혼났을 때,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할 때, 훈련소에 들어갈 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가 떠오른다(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순간을 거쳐서 여기 와 있다.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1장의 A컷이 아닌 9장의 B컷이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단지 결과가 어떠했냐만으로 A컷이냐 B컷이냐 저울질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앞으로 찍을 모든 사진들은 인생의 앨범 안에 보관되어서 두고두고 찾아보게 될 것이다. 1장의 A컷 아닌 9장의 B컷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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