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19. 동미참 예비군

4-so 2024. 9. 28. 02:32

뜬금없는 뒷북이지만 2주 전에 4일간 동미참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이제서야 기억이 나서 뒤늦은 후기글을 써보려고 한다.

 

작년 이맘때에도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작년에 간 예비군은 '동원 예비군' 이었기 때문에 2박3일간 예비군 부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면, 이번에 간 예비군은 '동미참 예비군'으로 자고오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 하는 방식이다. 대신에 기간은 하루가 더 늘어 4일간 출퇴근을 해야 한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누구는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오는 동원 예비군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내가 작년에 한번 가보고 나서 느낀 점은 '다음번에는 무조건 동미참 가야겠다' 였다. 훈련이 힘들지는 않지만 부대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생활관도 침대가 아닌 침상인데다가 샤워할 때 선착순으로 가야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는 형국이었다. 이 사단을 겪고 나니 다음부터는 무조건 출퇴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튼 내가 훈련 받고 온 예비군 훈련장은 나름 신식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화 훈련장이었다. 과학화 훈련장답게 훈련 방식도 대부분 과학화/자동화가 되어있어 훈련받는 예비군 입장에선 나름 편리해졌다. 물론 편리해졌다고는 하나 예비군은 뭐가 어떻게 되든 훈련 받기가 귀찮다. 이제 전역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대 훈련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예비군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정말 영혼없고 형식적인 훈련에 불과하다. 차라리 제대로 훈련해서 하루 이틀만에 끝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4일이긴 하지만 사실상 똑같은 훈련 루틴을 4번이나 반복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시가지전투, 사격, 구급법, 화생방 등의 병기본 훈련들이다. 과거 예비군 훈련이나 이번 훈련이나 동일한 점은 실질적으로 훈련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점이다. 9시에 입소해서 4시에 퇴소하니 점심시간 1시간 반을 제외하면 약 5시간 반정도 훈련장에 있는 셈인데, 훈련하는 시간은 다합쳐도 1시간 남짓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멍때리거나 휴대폰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

 

이런 형식적인 훈련이 나에게, 그리고 국방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잠시 들다가도 군대에서는 이러한 자기성찰이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하단 점이 기억났다. '그래, 이런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냥 멍때리다가 훈련받고 집이나 가자' 라고 생각을 비웠다.

 

아, 예비군 훈련이 가지는 의미가 딱 한가지 존재한다. 바로 PX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PX에서는 대부분의 물건에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서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PX에서 사면 시중대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이 담배인데, 나같은 비흡연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화장품이나 열심히 담았다. 달팽이크림이나 썬크림을 많이 담아왔다. 현역 시절에도 PX에서 휴가 직전에 물건을 사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추억도 떠오른다.

 

이렇게 4일간 아무 생각없이 출퇴근 하다보니 예비군 훈련이 끝나있다. 내 예비군 훈련은 이제 내년에 한번만 받고 나면 그 이후에는 동사무소에 가는 훈련만 받으면 된다. 제발 빨리좀 끝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