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18. 포장 공포증

4-so 2024. 9. 11. 01:37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포장하여 남들에게 더 좋은 사람인 것처럼 부풀려서 보여야 하는 상황이 있다. 남을 속이는 비겁한 일이라기보단,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썩 포장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나를 포장해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나는 일단 겁부터 먹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 이력서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해보자. 흔한 질문 중 하나는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서술하세요' 가 있다.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썼나 검색을 해보면, 세상에 필력 좋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면서 도무지 나의 포장실력으로는 이 사람들과의 서류 싸움에서 맞붙을 승부욕을 상실하게 된다. 

본인도 그만큼 포장을 번지르르하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정말로 별거 아닌 사람에 불과한데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엄청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려지는게 너무 오글거린다고 할까?

 

남들은 다 하는 포장을 나만 하지 않으면 결국 상대적으로 나만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의 일환으로서 포장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익혀나가고는 있다만 여전히 내겐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