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484. 과잉 신중

4-so 2023. 12. 16. 03:04

'나'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만 표현해보자면 나는 '신중함'을 선택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의 일상은 온통 신중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옷 입을지부터 시작해서, 점심 뭐 먹을지, 퇴근 언제할지, 운동 뭐할지 등 무엇하나 간단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없다. 그 중에서도 신경을 가장 많이 쓸 때는 바로 사람들과 대화할 때이다. 

 

나는 말의 무게를 중시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직전까지도 '과연 이 말이 필요할 지', '내 의도가 어떻게 전달될 지', '이 단어가 적절한 지' 에 대해서 수십번씩 고민한다. 이는 말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신중함으로 인해서 가벼운 대화마저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신중함'이라는 제 발에 걸려서 넘어지는 것이다. 

 

나보고 덜 신중해지기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에 대화의 성격에 맞도록 그 신중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대화를 토론이나 고민상담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화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화제거리이다. 어제 퇴근하고 무슨 일을 했다거나, 요즘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이 뜬다거나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