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451. 같이 먹는 경험

4-so 2023. 3. 30. 02:11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소비생활에 나름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내가 비싼 옷이나 명품에는 관심이 없고, 차를 타고 다니기에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서 뚜벅이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통장내역은 지출보다는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돈을 악착같이 모아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는 마인드가 박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가 돈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소비하는 내역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과 만나서 밥을 사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만나서 밥을 먹는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고 여긴다.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공간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얘기를 나누며 공유하는 경험이 나에게는 유독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 누군가와 같이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할 때 그 사람과 어떤 음식을 어디서 먹었느냐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내가 대식가나 미식가도 아니고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 식욕이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람이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누군가와 같이 음식을 먹는 경험만큼은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고 내 인생의 관점을 대입하더라도 중요한 자리라 생각하고, 기억 속에 깊이 남겨놓으려고 신경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