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416. 가상 성격
4-so
2022. 10. 6. 02:06
사회생활에서의 내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상대방은 나에게 항상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다. 상대방이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지만 나는 이러한 미묘한 기류를 잘 포착해낼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상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러한 기대에 잘 부응하는 연습을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해왔고, 상대방이 내게 원하는 모습을 시의적절하게 연기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 상대방은 나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지고 나는 다시 또 연기하는 이런 순환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나는 실제 성격과 사회생활을 위한 성격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실제 내 성격은 말수가 적고 무던한 편이지만, 사회생활 안에서는 그보다 말수가 많고 감정표현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용 성격을 연기할 때는 평소보다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사실 내 실제 모습이 아니다. 내가 사회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 성격일뿐이다. 나는 그 가상 성격을 남들 모르게 뒤에 숨어서 조종하는 역할이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건 과연 나 자신일지, 가상의 나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