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27. 아무도 보지 않을 때

4-so 2021. 7. 8. 13:57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 또,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대체로 이 두 부류의 사람은 서로 일치한다. 그들에게는 어떤 동기로 인해 이러는 것일까?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개인의 도덕관이라는 (내가 만들어낸)이론이 떠올랐다. 사람은 각자마다 '반드시 해야할 행동'과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두 개의 큰 축으로 삼아 살아간다. 이 축은 정해진 방향으로만 회전한다.
길을 가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만났을 때, 무단횡단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쓰레기를 바닥에 버릴려고 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개개인은 각자의 도덕관에 맞닥뜨린다. 여기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사람을 도와줄지, 무단횡단을 할지, 쓰레기를 휙 버리고 가버릴지와 같은 내적갈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때 자신이 축을 살펴보게 된다.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이 회전하고 있는 축의 방향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한다. 일치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행할 것이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축의 회전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즉 자신의 도덕관을 뒤집어 그 행위를 한다. 다른 하나는 축의 회전을 유지하기 위해 그 행위를 유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어떤 축은 멈추거나 원래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의 축을 끝까지 지켜낸다. 주변의 어떤 압력과 부담이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방향을 믿고 끝까지 고수한다. 간혹 그들의 축을 간섭하려는 유혹이 손길이 뻗칠 때도 있다. 이는 그들에게 큰 결례일뿐더러, 그렇게 쉽게 전향되지도 않는다. 수십년을 버텨온 그들의 축은 이미 갖은 시련을 겪고도 버텨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