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25. 고3의 무게
4-so
2021. 6. 29. 17:28
문제집을 사러 갔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얘기가 나와는 그리 가깝다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나의 모교였던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후배의 얘기였다. 그것도 불과 5년이라는 간극밖에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맘때가 대부분의 고3 학생들에게는 잔인한 시간이다. 6월 모의고사를 본 후, 전국의 수험생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가 냉정하게 매겨진다. 더군다나 수능 날까지 성적이 오를거란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무리가 따른다.
나도 5년 전에는 자신의 성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고3중 한명이었다. 그 중 무엇보다도 나를 짓누르는 건 주변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의 시선과 부담이었다. 사실 내 성적따윈 망친다해도 아무렴 상관없다. 하지만 내 성적에 따라서 요동치는 주변의 부담이 나에게는 훨씬 더 버티기 힘들었다.
이런 무게를 19살 고3이라는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지금 지나고보니 '그 때 그 시절 별거 아니었어'라고 넘길 순 있겠지만, 태어나서 공부밖에 안해본 학생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공허한 조언일 뿐이다.
부디 앞으로는 공부 때문에 자신을 낭떠러지로 밀어넣는 학생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에 세상을 떠난 친구도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