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88. 제설

4-so 2021. 1. 7. 14:37

대한민군 군인에게 '눈이 내린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 난 그 의미를 (비자발적으로)찾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했다. 바깥 기온은 영하 17도였다. 이 날씨에 새벽동안 내린 눈을 치워야 했다. 옷을 몇 겹씩이나 겹쳐 입어서 중무장한 채로 밖으로 나갔다.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60명은 있었다. 나의 손에는 초록색 제설삽이 주어졌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흰색으로 점령당한 세상은 다시 원상복구시키는 일이다. 눈이라는 건 치워도 끝이 없다. 이제 다 치운 것 같다 싶으면 새로운 곳이 또 나온다. 그렇게 4시간 동안 눈과 사투를 벌였다. 처음엔 이 많은 걸 언제 다 치우나 싶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느샌가 다 치워져있다. 눈 오는 날에 한반도의 위성사진을 보면 모든 곳은 새하얀데 휴전선 부근만 색이 다르다. 오늘로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걸 느꼈다. 확실히 피라미드는 사람이 지은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