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87. 곁

4-so 2021. 1. 3. 17:37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도 전염된다. 선조들은 이를 두고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도 이미 만들어두셨다. 사람이 물감마냥 물든다는 것이다.
내 기분은 내가 마음 먹은대로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다곤 해도, 다른 사람의 기분까진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적절한 공감과 위로는 해줄 순 있겠지만 사실 진정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점점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사람은 그저 계속 까매지기만 한다. 내가 그걸 멈추게 하리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도 점점 물들어가게 된다. 그 어둠에 물들어가는 내가 싫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의해 내 기분이 더러워지는 일은 너무 화가난다. 결국 나도 '곁'에 있는 사람은 손절하는 지경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