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군대를 간 친구에게 손편지가 왔다. 나도 그 친구에게 꾸준히 인터넷 편지를 써주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형식이라 조금 아쉬웠었는데, 드디어 답장을 받게 된 것이다. 분량도 무려 종이 2페이지나 된다(당연히 1페이지일 줄 알았다). 친구는 다행히 군생활에 씩씩하고 잘 적응했다고 한다. 편지에는 군대에가서 겪게된 변화들과 자신의 안부, 그리고 아직 미필인 나에대한 걱정과 조언도 해주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이 술마시면서 유치한 농담이나 주고받던 친구가 벌써 군대에 가고 편지까지 받아보니 나보다 무척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다음에는 내 차례이다.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신뢰를 보낸다는 것은 무거운 부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뜨거운 동기부여를 불러일으킨다.특히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신뢰를 보낸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려는 마음이 컸다. 나를 믿어준 상대가 실망하지 않도록, 상대의 기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데 스스로 안간힘을 썼다.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로 비춰지긴 싫어서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여태껏 달성한 성취들의 상당수는 상대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의 성취의 동력은 '타인의 기대' 였던 것이다.
생각 없이 사는 삶보다는 차라리 생각을 많이 하고 사는 편이 더 나을거라고 스스로 믿어왔건만, 내가 그러한 믿음의 반례가 된 것 같은 자승자박의 기분이 든다.쓸데없는 잡념들이 시도때도 없이 떠오르는 바람에 중요한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주의가 분산된다. 이런 솟구치는 잡녑들의 배출구로서 이 블로그가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역부족이다. 요즘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막상 글로 옮길려니 잘 적히지가 않는다. 아직 나의 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글로 옮겨질 만큼 그렇게 영근 생각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쩄거나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재료를 가지고 하나의 '요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비유하자면, 크게 두 가지 과정이 있다.하나는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일, 다른 하나는 그 재료를 통해서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는 일이다. 재료를 준비하는 일은 내가 어렸을 때 부터 해오던 수능 공부와 지금의 전공 공부, 그리고 앞으로 취직한 뒤의 소득활동에 해당한다.그러나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과정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과정 역시 중요하다. 즉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요리'를 망치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나는 여태껏 재료를 준비하는 일에만 너무 몰두하고, 편중된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야 '요리'의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요리를 잘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고 있다.예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