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야구장 직관을 다녀왔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 보는 걸 좋아해서 야구장 직관도 일년에 서너번씩 다녀오곤 했다. 야구장이란 장소는 단순히 야구 경기를 보러가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수만명의 사람들 모두 공 하나를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공유, 그리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수만명의 팬들과 응원가를 다같이 떼창하면서 울리는 함성들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그래서 야구장은 혼자서든, 친구, 연인, 가족 등 어떤 사람들과 가더라도 하나로 융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토요일에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투표할 때 비례대표 정당 투표용지의 길이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정당은 4~5개에 불과한데 40개나 달하는 정당들의 이름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맞닿아있는 면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즉 내가 알던 세상은 우물 안 개구리정도의 식견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 또한 너무 피곤한 일이다. 그럴 땐 머리 아프게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하려 들 필요 없이 그저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넘어가면 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었던 2009년 이후로 줄곧 한화이글스의 15년차 팬이다. 최근 10여년간 한화이글스는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심각한 암흑기를 거쳤다. 그리고 매년 새 시즌 개막할 무렵이면 '올해는 다르다' 라는 설레발을 치다가 또 다시 최하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심상치가 않다. 아직 10경기밖에 치르지 않는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현재 순위는 1위이다. 15년동안 2018시즌 1번을 제외하고는 가을야구를 본 적이 없는데 제발 이번 시즌만큼은 다르기를 기대해본다.